면역과 프로바이오틱스

  • 등록 2023.05.21 13: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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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터다. 인체는 수많은 유해균과 유해물질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면역체계immune System는 이러한 외부의 침입을 막고 몸 안에 있는 유해인자를 찾아내어 제거함으로써 인체를 보호한다.


  면역체계는 한마디로 컴퓨터 백신프로그램과도 같다. 백신프로그램처럼 소리 없이, 하지만 24시간 동안 작동하며 우리 몸을 지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병균과 같은 유해한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고 들어온 유해물은 제거하는 기능도 하지만, 세포 유전자가 손상되면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유전자의 손상과 변형으로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될 경우, 변종세포를 찾아내 없애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유해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만 저해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이물질을 구별할 수 있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몸의 조직이나 세포를 스스로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암세포로 변이된 세포를 인지하여 제거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면역체계가 인체에 무해한 물질을 유해한 물질로 오인할 경우,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면역체계는 피부와 면역세포로 구성된 선천적 면역체계와 출생 이후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여 얻어지는 후천적 면역체계로 나눌 수 있다. 처음 컴퓨터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알려진 대부분의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데, 구입하자마자 설치한 프로그램이 바로 선천적 면역체계innate Immunityf라고 할 수 있다. 균이 우리 몸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형성하는 피부와 음식물과 함께 들어온 균을 파괴하는 강력한 위산과 같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방어기전이 선천적 면역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그램 개발 당시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 놓았지만, 새롭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설치 후에도 백신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시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후천적 면역체계Acquired Immunity다. 후천적 면역체계가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면역반응이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소 신속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더욱 정확하고 강도 있는 면역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항원에 대한 항체반응이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걸리면 한번에 낫지 않고 며칠 동안 고생하다가 차차 회복되는 과정을 거친다. 후천적 면역체계가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기 바이러스가 코점막에 붙지 못하게 하는 콧물을 포함한 1차 방어선선천적 면역체계이 뚫리면 후천적 면역체계는 항체를 만들어 이들을 물리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후천적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면역세포가 만들어진 후 성장과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게 바로 유익한 상주균이다. 유익균은 장에 존재하면서 면역세포들이 상주균과 같이 무해한 세포를 인지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유해한 세포를 구별하여 적절한 면역반응으로 제거시키는 기능을 배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우리의 면역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20년간 아토피를 포함한 알레르기질환, 암, 자가면역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굳이 통계자료를 들지 않아도 이제는 주위에서 한두 명쯤 볼 수 있는 흔한 질환이 되었다. 이 질환들은 예전에 비해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어 '현대병'이라 불리기도 하고, 식생활과 주거환경의 변화, 대기·수질오염 등과 같은 환경 변화와 연관되어 '환경성질환'으로도 불린다.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천식, 음식알레르기와 같은 알레르기질환과 류마티스성 관절염, 일형당뇨 같은 자가면역질환 그리고 폐암, 대장암과 같은 종양성질환 모두가 환경성질환이다. 


  2008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천식, 폐암 등 주요 환경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성질환을 앓는 환자의 증가율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02년 555만 명에서 2007년에는 718만 명으로 급증했다. 5년 사이에 환자의 수가 20%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속도로 증가한다면 조만간 환경성지로한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인 대다수가 이 질환으로 고생하리라는 암울한 미래가 그려진다.


  환경성질환은 피부, 코, 기관지, 장점막, 관절, 췌장, 폐 등 인체의 여러 부위에서 바생한다. 언뜻 공통점이 없는 별개의 병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경성질환은 발생하는 위치와 모습만 다를 뿐 현대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염증'이라는 동일한 뿌리를 가진 질환들이다(차례대로 아토피, 비염, 천식, 음식알레르기, 류마티스성 관절염, 일형당뇨, 폐암). 만성염증은 암 발생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아토피는 비정상적으로 과민한 체질을 총칭하는 단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토피는 아토피피부염(炎)의 줄임말이며, 비염과 천식은 알레르기 때문에 코와 기관지에 발생하는 염증반응이다).


남형철 기자 hch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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