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1차 의료기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 중의 하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데 평생 살면서 평균 35% 정도의 사람이 느끼는 흔한 증상이다. 이 중에 절반 정도는 증상이 심하여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어지럼증이란 회전성 어지럼증과 비횐전성 어지럼증으로 나뉜다. 회전성 어지럼증은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거나 구토, 귀 울림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원인은 전정기관의 이상이다. 비회전성 어지럼증은 앞이 캄캄하게 느껴지는 증상을 보인다. 원인은 스트레스와 과로가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부정맥, 과호흡, 긴장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이비인후과, 신경과, 신경외과, 내과 의사들이 함께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도 많은 환자가 일단 어지럼증을 느끼면 내과에서 빈혈 검사를 한다. 어떤 경우는 스스로 자가 진단을 하고 빈혈이니 생간이나 고기를 먹어야겠다며 병원을 찾지 않고 음식점으로 가는 예도 있다. 참고로 빈혈은 어지럼증보다는 전신 무력감과 운동시 발생하는 호흡 곤란이 먼저 온다. 어지럼증이 빈혈에 의한 것이려면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다. 또한 남자보다 여자에게 2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빙빙 도는 느낌, 현기증, 실신할 것 같은 느낌, 한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머리가 멍하거나 어질어질한 느낌 등 어지럼증 자체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증상이 짧은 시간에 반복되거나 장시간에 걸쳐 지속되는 경우 등도 있다.
또한 환자들이 종종 증상들에 대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꼼꼼히 듣고 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이학적인 검사가 무엇보다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 증세를 보이는 병증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뇌병변이다. 물론 경미한 어지럼증이라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크게 말초성 어지럼증과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눌 수 있으며 중추성 어지럼증은 대뇌, 소뇌, 뇌간 등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어지럼증으로 MRI와 MRA(뇌혈관 검사) 등 자세한 뇌 영상학적 검사, 뇌파 검사 등이 필요하며 개인병원에서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귀의 전정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며 이석증으로 알려진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BPPV),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 편두통성 현훈(Migraineous vertigo)과 같은 전정신경염(Vestibular neuritis) 등이 원인이다. 대부분은 다양한 치료를 통하여 수일 또는 수개월 내에 치료할 수 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BPPV
병명에서 보듯이 환자들이 갑자기 몸을 움직여 자세가 변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잠자다가 고개를 돌리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누군가 불러서 머리를 갑자기 돌릴 때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의 현훈이 발생하고 오심, 구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지속시간은 길지 않아 보통 수초 후에 소실되지만 자세 변화에 의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한다.
발생 원인은 이석기관에서 떨어져 나간 이석이 귀의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균형감각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다. 그래서 특히 회전성 현훈이 급격하게 발생한다. 이 경우 안진 유발 검사로 어느쪽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 경우 체위변경을 통해 반고리관에 이석을 제자리로 보내는 이석정복술을 한두 차례 시행하며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이 증세는 전체 환자의 15% 정도에서 1년 내에 재발할 수 있으며 비타민D 부족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는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 질환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
1861년 프랑스의 의사 메니에르가 처음 기술했고 어지럼증, 이명, 청력저하와 이(귀) 충만감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으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내림프의 흡수장애로 인한 림프수종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지럼증은 20~30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되며 오심, 구토와 두통, 설사 등의 자율신경의 자극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절대 안정이 기본이며 림프수종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염분 제한, 충분한 수분 섭취와 이뇨제 등의 약물치료과 효과적이며 80%의 환자는 이러한 비수술적인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편두통성 어지럼증Migraineous vertigo
젊은 여성에게 호발하고 심한 편두통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이며 과로나 심한 스트레스 후에 많이 생기고 카페인 함유 식품, 알코올, 견과류 등의 음식물 섭취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유전적인 경향을 보이고 증상은 두통,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가 같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뇌혈관 질환과도 감별이 필요할 수 있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유발 음식 등을 섭취하지 않으며 약물치료로 증상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전정 신경염Vestibular neuritis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발생하여 수일에서 수주 간 지속되며 쉬는 상태에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구역, 구토 등의 자율신경 실조증과 비틀거리는 보행장애가 같이 동반된다.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이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1~2주 안에 회복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 전정 기능을 회복하는 운동요법(전정안반사, 전정척수반사)을 통하여 치료 가능하다.
젊은 사람이 갑자기 어지럽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핑 도는 등의 현기증은 크게 걱정되지 않아도 되나 기저 질환이 있는 노년층의 환자가 안면 마비, 언어장애, 시야 장애나 사지의 편마비 등을 동반하는 어지럼증이 생기면 뇌의 질환을 의심해야 하므로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출처: 삼성제일의원 김영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