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의사회, "지금이 내과의 마지노선, 내과 살리기에 총력 기울일 것"
- 대한내과의사회, 제26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 실시
- 의료분쟁 특례법, 수가정책·재정지원, 비대면 진료, 의대증원, 의료전달체계 등 논의
- 잘못된 국가 정책에 맞서 국민 건강권 지키기에 최선 다할 것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지만 법원에서는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어떻게 환자의 병을 100% 고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의료계가 힘을 합쳐 의료사고 구제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내과 전공의 지원과 분과 전임의 지원 문제 등 현 상황이 내과의 마지노선이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에서 "지금이 내과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내과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과 현안에 관련해 박 이사장은 먼저 '검체 수탁에 관한 건'과 '생검용 포셉과 절제용 스네어 수가 인하건'에 대해 언급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박 이사장은 "지금 내과의 가장 중요한 현안인 검체 수탁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용역 결과가 11월 말에 나올 예정이며, 일본의 사례를 봤듯이 검체 수탁은 자율 정산으로 가야 한다"며, "지난 8월 29일 차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의견을 공유했는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검용 포셉과 절제용 스네어 수가 인하 건도 지금 논의 중인데, 이 또한 내시경 수가와 직결되는 문제로 본 학회를 비롯해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내시경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의사회, 가정의학과의사회와 함께 공조해 회원들에게 불이익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는 '만성질환 시범사업'과 '비대면 진료'에 대해 피력했다.
박 이사장은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내년에 본 사업으로 건정심에서 보고됐는데, 이 사업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많은 회원의 참여를 부탁한다"며, '혈압, 당뇨 상담을 통해 수가가 창출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여 회원들이 편하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일 뿐으로 재진 위주, 의원급 위주의 대원칙은 무너져서는 안 되며, 요즘 들어 초진 허용 등 국민 건강이 달린 문제인데 경제적, 산업적 논리의 접근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국민과 함께 하는 내과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 '내 몸에 닥터'가 성황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참여를 원하는 우리 회원들은 지역 내과의사회를 통해 함께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날 ▲의료분쟁 특별법 제정, ▲수가 정책 및 재정 지원, ▲비대면 진료, ▲필수의료 인력 확보,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의료과실 과도한 처벌은 방어진료 조장,
예비의사의 필수의료분야 지원 기피 요인으로 작용
의료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3~2020년 기간 동안 의료분쟁조정·중재 신청 건 중 사망 신청 건은 내과가 전체 건수의 36.6%를 차지해 단연 압도적으로 나타났다(이어 정형외과, 신경외과 순).
또한, 2013년~2018년 사이에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으로 일본 경찰 신고 건수(연평균 82.5건) 대비 9.1배이고, 영국 의료과실 의심 관련 과실치사 경찰 접수 건수(연평균 24건) 대비 31.5배 높은 수치다.
이에 박 회장은 "복잡성과 응급성이 높은 환자를 진료하는 내과가 의료과실로 인해 민·형사상 책임의 대상이 되는 대표직인 진료과목인 셈이고, 예비의사들의 기피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너진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의료 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보험 가입 조건으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의 제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과실에 대한 과도한 법적 처벌은 방어진료를 조장하고, 예비의사들의 필수의료분야 지원 기피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의 중심축은 일차 의료,
복지 치우친 예산 아닌 기금 마련 통한 재정 투입 고려해야
지난 6월 29일 보건복지부는 건정심을 통해 내년 건강보험 환산지수 결정 안을 의결했는데, 의원의 환산지수는 1.6%에 그쳐 2008년도 유형별 수가 협상 시작 이래 최저인상률로 결정됐다.
박 회장은 "최저인상률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행위 목록에 따라 환산지수에 차등을 둬 일부 분야에서 확보한 재정을 필수의료의 다른 영역에 투입한다는 것"이라며, "건정심은 추가 소요재정을 미리 밝히지 않고 공급자 단체를 배제한 채 그들만의 기준으로 정한 진료비 증가율을 참고해 인상률을 정하는 밀실 행정을 일삼고 있다"며, "급여화 우선순위의 원칙과 결정 과정, 수가 협상 일련의 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학회는 "필수의료의 중심축은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다양한 건강 관련 문제를 다루는 일차 의료"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주 기능은 외래진료이며, 일차의료에서 수행해야 할 적정 진료에 대한 수가 산출을 통해 형편없이 낮은 현재의 진찰료 수순을 개선하고 기본적인 행위 수가를 보존해야 한다"며, "일차의료에서 진료 형역을 건강검진, 지역주민에 대한 포괄적 건강관리, 교육 및 예방사업 등으로 확대해야 하고,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성질환관리와 커뮤니티케어가 동네 의원 중심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 지원 방법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공정책 수가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정된 파이의 건강보험재정 내에서 1년 한도가 정해져 있고 복지에 치우쳐 있는 예산안이 아닌 기금(응급의료기금, 국민건강증진 기금 등) 마련을 통한 재정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면 진료 시 생길 수 있는 오진과 수진자 확인 불확실성,
진료 전체의 불만으로 의료현장 혼선은 불 보듯 뻔해
지난 6월 1일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예상대로 진료 현장에서 큰 혼란을 빚었고, 3개월간의 계도 기간이 부여돼 8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계도 기간에 이뤄진 비대면 진료에 대해 철저한 평가 없이 9월 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8월 17일부터 9일간 총 412명의 내과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대면 진료의 참여율은 46%로 대폭 감소했고, 60%의 회원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가장 큰 쟁점인 초진 허용 문제는 95%의 회원이 반대했고, 이전 설문조사 때의 90%보다 5% 증가했다.
박 회장은 "초진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오진의 위험성과 수진자 확인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재진 위주, 1차 의료기관을 중심을 중심으로 시행되더라도 대면 진료를 병행하다 보면 대기시간, 진료방식 및 깊이, 진료비 등에서 불만이 생겨 의료현장에서는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회장은 "화상 장비의 구매 문제, 진료비 수납의 복잡성, 약 처방과 관련된 문제도 생길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환자의 요구도가 많이 감소한 상황에서 안전하지 않은 진료를 의료기관과 환자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제도를 끌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낙수효과'는 비현실적 예측,
의대 증원 전에 필수의료 살리는 대책이 시급
학회는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안에 대해 "각 나라의 지역적 의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통계 수치의 비교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인용해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필수과목을 기피하는 지방 의료인프라 붕괴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의 지방의대 신설 법안을 발의하고 '낙수효과'와 같은 비현실적 예측을 하며 의사 수입에 대한 과장된 통계를 인용해 네거티브 여론몰이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타 의료선진국처럼 의료 상황을 반영한 적정 의사 수를 모니터링하고 추계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과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내과의 경우에도 업무량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처참한 현실 때문에 내과 전공의 지원율,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낮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원인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회는 동네의원 중심의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그동안의 일탈에서 벗어나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주로 맡아야 할 외래진료와 국가건강검진의 역량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며, "더불어 지자체 보건소는 선심성 복지 행정으로 시행하는 할인 진료는 과감히 폐지하고 취약계층 관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체계 구축 등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