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위주의 법적 판결 필수의료에 치명적
대한민국 모든 분만은 제왕절개가 기준이 되는 날이 올 것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신생아 뇌 손상 책임을 물어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원고에게 2,000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출산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에 뇌 손상이 왔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17억원을 요구한 소송이 1심에서 기각됐지만 항소심에서는 일부 배상 판결이 나왔다. 다른 과실은 없지만 유도분만 시 투여한 옥시토신의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태에 비춰 옥시토신을 투여해 유도분만을 시행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원고 A씨에게 먼저 옥시토신 투여의 필요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옥시토신에 의한 유도분만 혹은 제왕절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진료기록에 따르면 유도분만 시행 전 원고에게 이런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분만과정에서의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이전에 “제왕절개술을 실시할 상황이 아니라면 질식분만이 가장 자연스럽고 원칙적인 분만방법이므로 의사가 산모에게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다62505 판결)
즉 질식분만 시 산모 또는 태아의 생명·신체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모로 하여금 제왕절개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 대체적인 분만방법으로 제왕절개수술이 있다는 점 및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제왕절개술을 실시할 상황이 아니라면 질식분만이 가장 자연스럽고 원칙적인 분만방법이므로 의사가 산모에게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의료사고와 관련한 일련의 판결이 의료인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의라 함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환자 동의 없이도 결정할 수 있다는 권한을 가진 것이다. 위 사례 경우 옥시토신 사용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정상적인 질식분만의 과정에서 산과전문의의 객관적 소신에 의한 진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궁극적으로 이런 판결은 결국 분만시 사용되는 모든 행위, 수액부터 각종 항생제와 무통주사, 약 용법, 용량, 증량 방법, 설명서에 기재된 부작용을 일일이 설명 후 환자가 스스로 유도분만과 제왕절개 사이에 선택하게 해야 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실무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며, 시간적으로도 비현실적이고 진료에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이 경각에 놓인 초응급상황에서 법적 다툼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주의 의무와 설명 의무를 다하려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을, 과연 환자와 보호자가 원할지 의문이다.
모든 의료행위에 있어 예상되는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그 이면에 존재할 가능성을 하나도 빠짐없이 파악하며 설명하고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분별한 의료인에 대한 검찰 입건 및 기소는 필수의료 인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이런 통제 위주의 법적 판결은 위험성이 있는 질식 분만 등을 기피하도록 하는 방어진료를 부추겨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고 의사 결정과정의 의사로서의 재량권과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2023년 11월 17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