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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문화인류학


  풍요의 시대에 살아남은 기아 생존 유전자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미국에 팔려온 흑인 노예와 후손들을 조명한 베스트셀러이다. 소설의 주인공 쿤타킨테는 원래 아프리카 서해안 캄비아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숲속으로 북을 만드는 나무를 베러 갔다가 노예 상인들에게 잡혀 미국의 메릴랜드 주로 끌려온다. 그때 노예선에 탔던 흑인은 140명이었으나 살아서 미국에 도착한 이는 98명이었다. 42명은 어둡고 비위생적인 선창에서 사슬에 묶인 채 기아와 학대, 질병 등으로 죽어갔던 것이다.


  사회경제적 요인 외에도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비만의 유병률은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같은 미국 내에서도 흑인이 백인보다 더 비만한 경향이 있다. 물론 흑인이 백인보다 사회경제적 계층이 더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가설이 있다. 잘 알다시피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의 흑인들은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노예의 후예들이다. 그런데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들 가운데 외부 침입자(백인)에 의해 노예로 잡힌 흑인들은 잡히지 않은 흑인들에 비해 민첩하지 못하고 약간 굼뜬 경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또한 노예선에서 수십 일간의 기아를 견뎌내고, 신대륙에서의 고된 노동과 적은 식량으로도 살아남은 흑인들만이 후손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란 남들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데도 살이 잘 빠지지 않거나 쉽게 살이 찌는, 즉 기초대사량이 낮은 체질을 뜻한다면, 이러한 형질이야말로 적은 식량과 많은 노동이라는 취약한 환경에서 적응하여 살아남기 유리한 체질이다. 따라서 인종적으로 흑인이 백인보다 비만할 가능성이 높다거나 그러한 유전 형질을 타고났다기보다, 시대적 압력에 의해 그에 적합한 적자만이 살남을 수 있었기에 현재 미국의 흑인들은 대대로 기아생존, 즉 비만형질 유전자를 우세하게 남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전 시대를 통틀어서 오늘날처럼 풍요로운 시대는 없었다. 과거에는 극소수의 왕족이나 귀족, 지배 계층을 제외하고는 99% 대다수 민중들은 겨우 입에 풀칠을 하거나 때로는 그것도 여의치 않아 기아에 허덕이고 아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오늘날도 산업사회에서 비만을 고민하는 사람들보다는 빈곤 사회에서 기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실정이다(우리 민족만 해도 북쪽의 반은 기아선상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생각해 보라!). 그런데도 인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과도하거나 치우친 풍요로 인한 비만으로 개인적, 사회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만하기 쉬운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불리하고 부적합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비만하기 쉬운 체질이야말로 수천 수만 년 전부터 바로 한 세대 전까지 인류가 기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하고 강화시켜온 유전형질이다. 즉 어제의 적합자가 오늘의 부적합자가 된 것일 뿐이며, 앞으로 인류의 생존 환경 변화에 따라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 언제까지나 적합한 유전형질로 대우받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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